초봄의 귀밑머리
김지향
방금 머리 내민 봄
햇빛을 만져본다
빛꼬리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
풀밭에 뒹군다
햇빛의 발이 콩.콩,콩,
자국을 찍는 풀잎마다
연두빛 얼굴이 된다
봄의 빛은 발이 가볍다
[손으로 움켜잡으면
몸이 가루되어 먼지처럼 날리지만]
햇빛이 빗금을 그은 곳마다
아지랑이가 죽어버린다
아지랑이 뒤에 머리를 숨긴
풀이 쏘옥. 쏙 혀를 내민다
보들한 바람에
파란 혀를 날름대는 풀
초봄의 귀밑머리가 내 뺨에서
파르랗게 나팔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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