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그래서 11월
김옥경
계절이 다시 내린다
세탁소에 걸린 묵은 옷으로
지난겨울 먹다 버린 사랑이
서리로 차갑게 나를 적시며
낙엽도 눈도 비도 없는
빈 들녘
바람에 묻혀온 눈물은
돌 틈 사이 씨앗을 몰래 가두고
황급히 사라지는데
밀회를 꿈꾸는 새 한 마리
아무것도 없는, 그래서
버리지 못하는 그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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