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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최명진

종이연 2025. 1. 12. 20:10

1월

 

최명진

                                        

 

모처럼 함박눈이 내렸다

아래층 노점천막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길을 지나간 구두 굽들의 높이만큼

 

쓸린 눈 무더기가

외눈가로등 밑에 수북이 쌓였다

 

창밖은 내내 시시하고

늦게 잦아든 겨울 속으로

꽃처럼 성에가 핀다

 

더딘 구름 속

찬 햇살이 얼핏 고개를 민다

새벽일을 마치고 온 엄마는 늦은 잠을 잔다

산토끼처럼

발자국처럼

듬성듬성

 

길은 조용하다

이 도시에서 자란 옆집아이처럼

 

긴 겨울이 시작됐다

1월의 달력은 두껍고

아직 눈을 털지 못한 녹슨 그네가

빈 놀이터에 나란히 매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