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세모(歲暮) 끝에서 /박얼서

종이연 2025. 12. 30. 17:49

세모(歲暮) 끝에서 

 

박얼서

 

지난 한 해를 되감기 해본다

수많은 사건 사고의 기억들이 스쳐가고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

아픔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누워있다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밤낮도 없이 쉼 없이 내달려온 세월은

수상쩍었던 세월은

이러쿵저러쿵 단 한마디의 변명도 없이

오늘도 그저

묵묵부답일 뿐이다

 

이제 곧

서너 시간 뒤면

 

늘 그랬듯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린 다시

새날이라는 낯선 시간 속에 내려야 한다

그리고 희망찬 새해라면서 시끌벅적 떠들썩할 거다

신년 새아침이라며

오랜 관습처럼 몸에 밴 새해맞이 소망들을

신령님께 두 손 빌듯

다짐하고 또 다짐할 거다

마치 어떤 비장한 각오라도 한 것처럼

작년 이맘때

작심삼일 꼭 그때처럼 말이다

 

오늘 지금이야말로

언제나 새날이었고, 늘 새날일 테고

소중한 순간들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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