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흰 눈발 더 희게 희게

종이연 2008. 3. 13. 13:56
흰 눈발 더 희게 희게


-김남조



그대 꽃다운 나이에
하마 생명의 잔을 비우고 떠나는
허적한 뒷모습이여

간간이 흰 눈발 뿌리고
그대 탄생월의

보석
자홍 자류석에도
눈물이 괴었어라

총명하여 총명하여
불구슬처럼
빛나고 아프던 눈망울이여
그대 눈망울이여

아침 날빛에
저녁 으스름에 되살아나는
영 못잊을 눈망울이여

새삼 사람의 무상을
그대로 해 알겠거늘
고단한 어족 떼처럼 지쳐
흰 목덜미 더욱 외롭던 이여
허지만
유한이야 없으리

그대가 받은 시간과
사랑
남김없이 다 쓰고
첫 새벽 흰 원고지 위에
한 자루 촛불 다 타듯
눈감은 이여

흰 눈발
더 희게 나부낄 저승길을
너그러운 마음씨로
부디 모든 일 다 잊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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