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의 기도
주님,
저 또한 피조물인지라
십일월의 적막에 온통 마음을 빼앗깁니다
가을이기도 또 겨울이기도 한
저 청회색의 심상을 어이 하나요?
나만의 그 오묘한 채색에 들려
당신께 기도도 제대로 못 드립니다.
그러나 주님,
잎 진 가지마다 하늘을 안은
저 우뚝한 나무들의 고행을
제 기도로 받아주십시오
먼저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해 마음 모으고
겹겹의 얼룩, 용서 청하는 오늘
죽음을 준비하는 청회색이 참으로 마음 편합니다
헛되이 움켜진 손이 부끄럽지만
제 마음 구석구석까지 다 아시는 당신이오니
여린 제 마음을 어여삐 여기시어
부디, 깃털같이 가벼운 가을의 나날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명옥 마리아
'기도 하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가신 조상을 위한 기도 (0) | 2008.11.02 |
---|---|
소공동체 기도문 (0) | 2008.11.01 |
어버이의 기도 (0) | 2008.10.31 |
십대를 위한 기도 (0) | 2008.10.30 |
수험생이 바치는 기도 (0) | 2008.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