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십일월의 기도

종이연 2008. 10. 31. 10:38

십일월의 기도

 

 

주님,

저 또한 피조물인지라

십일월의 적막에 온통 마음을 빼앗깁니다

가을이기도 또 겨울이기도 한

저 청회색의 심상을 어이 하나요?

나만의 그 오묘한 채색에 들려

당신께 기도도 제대로 못 드립니다.

그러나 주님,

잎 진 가지마다 하늘을 안은

저 우뚝한 나무들의 고행을

제 기도로 받아주십시오

먼저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해 마음 모으고

겹겹의 얼룩, 용서 청하는 오늘

죽음을 준비하는 청회색이 참으로 마음 편합니다

헛되이 움켜진 손이 부끄럽지만

제 마음 구석구석까지 다 아시는 당신이오니

여린 제 마음을 어여삐 여기시어

부디, 깃털같이 가벼운 가을의 나날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명옥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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