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순례자의 기도

종이연 2008. 11. 23. 20:24
        순례자의 기도 - 이해인
          저무는 11월에 한 장 낙엽이 바람에 업혀 가듯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게 하소서 그 이름 사랑이신 주님 사랑하는 이에게도 더러는 잊혀지는 시간을 서러워하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 길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가 손님일 뿐 아무도 내 최후의 행방을 묻는 주인 될 수 없음을 알아듣게 하소서 그 이름 빛이신 주님 한 점 흰구름 하늘에 실려가듯 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향해 흘러가게 하소서 죽은 이를 땅에 묻고 와서도 노래할 수 있는 계절 차가운 두 손으로 촛불을 켜게 하소서 해 저문 가을 들녘에 말없이 누워 있는 볏단처럼 죽어서야 다시 사는 영원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소서 - 사계절의 기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