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노래 /박목월

종이연 2021. 3. 6. 20:57

노래

 

 

박목월

 

 

 

고모요,

고모집 울타리에

유달리 기름진 경상도의 뽕잎,

그 뽕잎에 달빛.

가난이 죄라지만

육십 평생을,

삼십리 밖을 모르고

살림에만 쪼들린.

손님 상에

모지러진 숟갈.

고모요,

칠칠한 그 솜씨로도

못 휘어잡은 가난을

산천은 어쩌자고

저리도 기름지고

쑥국새는 아침부터

저리도 우능기요.

고모요,

막내 고모요,

화천(花川)골 진달래는

지천으로 피는데

사람 평생

잘 살믄 별난기요.

그렁

저렁

살믄 사는 보람도 서고,

아들이 컸잖는기요.

저 덩치 보이소.

며누리 보고 손자 보믄

사람 일 다 하는 거로

유달리 널찍한

경상도 뽕잎에

밤이슬은 왜 이리도 굵은기요.

 

譯捉돛Ç 가랑잎, 민중서관,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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