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봄날 하루 /김종해

종이연 2021. 3. 21. 15:03

봄날 하루

김종해



3월 21일은 내가 깜짝 놀란 날이다
목을 파묻고 움츠리며 걷던 경희궁 뒷길
하루아침에 복사꽃, 매화꽃이 우르르 달려나왔다
걔네들은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아서
안녕, 안녕 하고 천사처럼 소리쳤다
얼떨결에 나도 안녕 하고 인사했는데
내 입안에서도 복사꽃, 매화꽃 향기가 흩날렸다
내 살아가는 길은 날마다 살얼음판
하나 둘 동무들이 떠난 길 위로
오늘은 꿈길처럼 봄날이 와서
깜짝,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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