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강
박두진
빛에서 피가 흐르는
강(江)
고독(孤獨)이 띄우는
찬란한 꽃불은
밤이다.
짐승과 짐승들이 일으키는
내일의 종말(終末)을 위한
끊임없는
교역(交易),
도마 위
푸른 칼 앞에
움직일 수도 없이 눕는
평화(平和)와 자유(自由)여.
오랜 앞날에
오늘의 밤을 증언(證言)할
고양이의
불붙은 눈과
목으로 토(吐)하는
가마귀의
피 기록(記錄).
바람이 술이 되고
햇볕이
눈물이 되고
저승과 이승을 위한
늙으신 주례(主禮)는
지금 침묵(沈黙).
무덤과 혼례(婚禮)를 장식할
최후(最後)의 꽃다발은
이미 짓밟힌
절망(絶望)의 진눈깨비.
잘 길들은
식민지(植民地)의 지성(知性)이 선량(善良)해서
밤이 편쿠나.
펄럭이던
깃발의 신호(信號)가 내려지자
구름과
바람마저 반란(叛亂)하는
벌판,
비둘기가
그 짝의 이름을 외우다
쓰러져 간
고독(孤獨)한 강(江)가에,
늙은 눈먼 청동(靑銅)말 하나
먼 노을을 향해
떨면서 울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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