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기도
곽현의
마지막 달력
달력처럼 나도 변해가나 봅니다
훨씬 더 초췌해진 몸
몸처럼 마음도 나약해가는지
여기저기 드러나 보이는 나잇살이며
더 많아진 흰 머릿결이랑
그래도
여기까지 온 무사한 나날이
감사하구려
그 앞에 내가 있었던
건너뛰지도 물러설 수도 없었던 한 치 앞
그래도 내 모두는 지금, 여기 와 있습니다
길 찾는 나그네의 안내판 같은 얼굴에서
내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져 갔고
내 앞에 다가선 무게에서
피할 수 없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추종(追從)하는 신(神)이시어
다시 한 번 뒤돌아보시어
달과 해가 몸 바꿔가며 거닐던,
계절 따라 저토록 희열하던,
빛과, 소리와, 변화의 아름다움으로
유혹하던,
그 기류며 뭇 중생들의 바스락거림 들에서
멈춤을 일깨워주소서
그리곤
만남의 다음인 이별을
알게 하소서
떠도는 몸
이제
12월에서 또 한 해의 결별을
모든 건 다 놓고 가야하는 결별 다음의 무상(無常)한 사멸을
스스로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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