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12월의 기도 /곽현의

종이연 2021. 12. 9. 19:27

12월의 기도

 

 

곽현의

 

마지막 달력

달력처럼 나도 변해가나 봅니다

훨씬 더 초췌해진 몸

몸처럼 마음도 나약해가는지

여기저기 드러나 보이는 나잇살이며

더 많아진 흰 머릿결이랑

그래도

여기까지 온 무사한 나날이

감사하구려

 

그 앞에 내가 있었던

건너뛰지도 물러설 수도 없었던 한 치 앞

그래도 내 모두는 지금, 여기 와 있습니다

길 찾는 나그네의 안내판 같은 얼굴에서

내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져 갔고

내 앞에 다가선 무게에서

피할 수 없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추종(追從)하는 신(神)이시어

다시 한 번 뒤돌아보시어

달과 해가 몸 바꿔가며 거닐던,

계절 따라 저토록 희열하던,

빛과, 소리와, 변화의 아름다움으로

유혹하던,

그 기류며 뭇 중생들의 바스락거림 들에서

멈춤을 일깨워주소서

그리곤

만남의 다음인 이별을

알게 하소서

떠도는 몸

이제

12월에서 또 한 해의 결별을

모든 건 다 놓고 가야하는 결별 다음의 무상(無常)한 사멸을

스스로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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