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겨울 산에서 /이해인

종이연 2022. 1. 18. 19:55

겨울 산에서

 

 

이해인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새 소리 묻은 솔잎 향기 사이로

수없이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았네

 

시린 두 손으로 햇볕을 끌어내려

새 봄의 속옷을 짜는

겨울의 지혜

 

찢어진 裸木(나목)의 가슴 한켠을

살짝 엿보다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 전의 나를 찾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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