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장석주
금치산자 같은 4월이 왔다간다
사는 게 왜 이렇게 시시하지?
하는 얼굴을 하고
방부 처리되지 않은 추억들이
질척거리는 침출수를
삶의 빈 틈으로 조금씩 흘러보낸다
개척자는 아니지만 무능이
뼈에 사무치는 것은
일품요리 같은 여자와의 연애가
곧 끝나고 말리라는 예감 때문이다
무능과 게으름은
내 삶에 붙은 이면옵션이다
나쁜 패를 잡고 전전긍긍하는 노름꾼에게도
4월이 오고 내게도
사지를 절단한 편지가 도착하고
끔찍한 날들이 이어진다
머리 없는 남자가
낚시터로 가는 길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