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박재삼
온 산천이 푸르른 녹음만으로 덮쳐
그것이 오직 숨차기만 하더니,
바람도 그 근처에 와서
헉헉거리기만 하더니,
이제는 그 짓도 지쳤는지
울긋불긋
노란 빛으로
혹은 붉은 빛으로
부지런히 수를 놓고 있고,
거기 따라
바람도 상당히 기가 죽어
달래기만을 연출하고 있구나.
해마다 겪는 이 노릇을
완전히 파악하기는커녕
우리도 어느새 단풍이 들어
땅에 묻힐 일만이 빤히 보이는
아, 가을 하늘이 끝간대 없이
높게 높게
결국 아득하게 개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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