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숲에 들면/박영택
내가 다가서기 전에 산이 나를 찾는다
산이 내 속에 들어앉자 부드러운 하늘이 꽂힌다
떡갈나무 잎 자지러지는 소리, 잔 풀들 애기 소리도 들린다
바람은 단숨에 숲을 건너지만
햇살에 걸린 나는 몇 번이고 넘어진다
기우뚱거리는 가지 위에 겨울이 앉아
나이보다 먼저 떠나는 가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지는 잎 하나 눈에 새겨 넣으면
가을 소리를 가슴에 가두니
저 흔한 죄마저 사랑하고 싶어진다
풀섶 헤치고 가슴으로 걷는 길
배인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작은 바람에 풀꽃 하나 고개를 끄덕이니
산 전체가 흔들리고 전신의 내가 아프다
새는 하늘 가는 길을 몰라
가파른 골짜기 숲속으로 몸을 숨긴다
분별없는 마음은
밤새도록 밟히는 가을을 걷고 싶지만
산은 조심스레 나를 세상에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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