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가을 아침/도 혜 숙

종이연 2023. 9. 30. 21:14

가을 아침

 

 도 혜 숙





한 사흘
벽만 보고 앓아눕고 싶다고,
나무의 세월이 자랄수록
갇히는 느낌이 깊다고
계절을 송신하는 그대

누구에 대한 기대를 놓아버린 걸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키작은 꽃들의 그늘이던 파초,
표피 가득 고름이 차오르고 있다

내밀하게 고이는 아픔
눈감는 자조(自嘲)

햇빛에 늘어뜨린 고독의 피부가
세상 가장자리에서부터 아려오는
가을아침,
가슴 베어물고 달아난 첫사랑이
구름꽃 무더기로 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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