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3월의 기도 / 남 정 림

종이연 2024. 3. 9. 20:56

3월의 기도

 

 남 정 림

 

익어가는 고통이

낭비로 끝나지 않게 해주소서

 

익숙해진 이 상처가

흉터로 끝나지 않게 해주소서

 

남모르는 이 아픔이

사치로 보이지 않게 해주소서

 

3월에는

 

고통의 가지 끝에

명랑한 새의 노래 머물게 하시고

 

멍든 잎맥 사이로

순한 꽃향기 맴돌게 하시고

 

어디에서도 터트릴 수 없었던

 

아픔의 꽃을 내밖으로

활짝 꺼내게 해주소서

 

고통이 고통을 안아주고

 

상처가 상처를 덮어주고

 

아픔이 아픔을 토닥이는

 

사랑의 3월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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