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4월의 풀 /천양희

종이연 2024. 4. 29. 21:05

4월의 풀

 

천양희

 

빈 들판 위를 찌르는 바람같이

우리도 한동안 그렇게 떠돌았다

불의의 연기 한가닥 피워 올리며

완강하게 문닫는

세상의 어느 곳인가

안과밖의 고리는 끊어지고

저 얼었다 녹는 강물

바다에 몸 섞어 떠밀릴 때마다

낮은 언덕 굽은 등성이에

한줄 마른 뼈로 엎드려

구름 낀 세상 낭패하며 바라본다

오늘도 허기진 하루

4월의 모랫바람 사정없이 불어와

취객의 퇴근길

앞은 잘 보이지 않고

밟혀도 밟혀도 되살아 나는

키 작은 풀이 되어

뿌어연 가로등 밑을 묵묵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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