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풀
천양희
빈 들판 위를 찌르는 바람같이
우리도 한동안 그렇게 떠돌았다
불의의 연기 한가닥 피워 올리며
완강하게 문닫는
세상의 어느 곳인가
안과밖의 고리는 끊어지고
저 얼었다 녹는 강물
바다에 몸 섞어 떠밀릴 때마다
낮은 언덕 굽은 등성이에
한줄 마른 뼈로 엎드려
구름 낀 세상 낭패하며 바라본다
오늘도 허기진 하루
4월의 모랫바람 사정없이 불어와
취객의 퇴근길
앞은 잘 보이지 않고
밟혀도 밟혀도 되살아 나는
키 작은 풀이 되어
뿌어연 가로등 밑을 묵묵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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