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시월 /이문재

종이연 2024. 10. 8. 20:30

시월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 초사흘 / 류제희  (0) 2024.10.10
시월에 생각나는 사람/ 최원정  (1) 2024.10.09
10월은/ 박현자  (1) 2024.10.07
10월 /오세영  (0) 2024.10.06
시월의 장미/ 나호열  (0) 202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