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가을 기도 / 유안진

종이연 2024. 10. 25. 20:04

가을 기도

 

유안진

불러주세요
서리치면 쓰러질
들풀같이 여린 내 이름을
찬비 내리는 가을밤에는
불빛처럼 불러주세요

나그네도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듯이
고향집 따순 아랫목에
지친 머리 뉘이듯이

먼지 쌓인 복음책으로
저를 불러주세요
손때 묻고 어룽진 어느 행간에서
낙옆처럼 엎드려
붉게 붉게 울도록

오오 하나님
가을에는 가을에는
제 고향 말씀책으로
저를 오라 불러주세요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기도 / 김현승  (0) 2024.10.27
가을 억새 / 정일근  (0) 2024.10.26
노숙 / 박진성  (0) 2024.10.24
10월의 사흘 / 이선이  (1) 2024.10.23
10월 /김용택  (0)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