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사흘
이선이
겸허한 새벽이 너에게로부터 왔다
마당의 감나무 첫잎이 질 무렵
수많은 잎사귀들이 죽음에 무심한 동안
삶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생에 무엇이 올 것인지
혹은 무엇이 오지 않을 것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와서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다
말없이 내 망막에 어린 슬픔을 향해
너는 돌멩이 하나 물수제비 날리고 갔다 나는
자서전이나 인생록을 탐독하는 인간은 아니다
묘비에 새길 글귀에 골몰하는 시인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10월의 사흘은 너의 부음을 타고 와
야윈 손가락으로 내 눈을 찌르며
설익은 푸른 감 하나를 떨구고 돌아선다
아무도 탐내지 않는
땅 위를 구르는 열매 그 소리는
세상의 낮은 담벼락에 부딪혀
조용히 감잎사귀들을 말아올린다
가을새벽의 부음은
내 생의 어느 굽이에 오지 않을 수도
올 수도 있다
다만
서른 여섯의 부음은 너무 이르고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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