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12월의 공허 / 오경택

종이연 2024. 12. 20. 17:45

12월의 공허 

 

오경택

남은 달력 한 장
짐짓 무엇으로 살아왔냐고
되물어 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내 안에 웅크린 욕망의 응어리는
계란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묵은 상념의 찌꺼기 아롱지는
12월의 공허

작년 같은 올 한 해가
죽음보다 진한 공허로
벗겨진 이마 위를 지나갑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성탄절에 / 홍윤숙  (1) 2024.12.22
12월의 기도 /목필균  (0) 2024.12.21
12월의 단상 / 구경애  (1) 2024.12.19
12월 / 임영조  (1) 2024.12.18
12월 중턱에서 /오정방  (0) 2024.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