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 허영자

종이연 2024. 12. 28. 16:46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허영자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묵은 편지의 답장을 쓰고
빚진 이자까지 갚음을 해야 하리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하였으니

이른 아침 마당을 쓸 듯이
아픈 싸리비 자욱을 남겨야 하리

주름이 잡히는 세월의 이마
그 늙은 슬픔 위에

간호사의 소복 같은 흰눈은 내려라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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