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신경림, 찔레꽃에서.

종이연 2007. 11. 19. 13:25

나는 한 그루 찔레꽃을 찾고 있었다.
가라앉은 어둠 번지는 종소리
보리 팬 언덕 그 소녀를 찾고 있었다.
보도는 불을 뿜고 가뭄은 목을 태워
마주치면 사람들은 눈길을 피했다.
겨울은 아직 멀다지만 죽음은 다가오고
플라타너스도 미루나무도 누렇게 썩었다.
늙은이들은 잘린 느티나무에 붙어 깊고 지친 기침들을 하는데
오직 한 그루 찔레꽃이 피어 있었다.
냇가 허물어진 방죽 아래 숨어 서서
다가오는 죽음의 발자국을 울고 있었다.


--신경림, 찔레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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