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1 / 손현숙
1
엄마의 등에 업혀 곤히 잠든
아가의 맨발이 포대기 밖으로 쏙 빠져 나와 있다.
한번도 자신의 무게를 실어보지 못한 발.
아무 것도 경계할 줄 모르는 태초의 꽃.
아가의 말랑말랑한 발을 보며
언젠가는 저 발이 견디며 가야 하는
땅위의 돌들과 음모와 때로는 돌아서야 하는 사랑과
어느새 두터워진 발바닥의 감각들로
소스라치게 놀라게 될 모멸들을 생각하며
엄마의 등에 업혀 환하게 잠든
아가의 발을 좇아 횡단보도 초록불의 깜박임을 건넌다.
2
장난스럽게 떠돌던 어린 발이 쉴 곳을 찾아 숨어든다.
신설동 로터리 노벨극장 동시상영관,
모르는 발을 따라 슬며시 의자 속으로 몸을 묻는다.
월하의 공동묘지, 한 발 잘려 한 발로만 떠도는 영혼.
내 다리 내놔! 내 다리 내놔!
스크린 밖으로 나를 잡으러 오는 저 맨발의 귀신
한 발로 콩콩거리며 아직도 나를 따라 다닌다.
무서운 세상으로 사정없이 내몰아 친다.
오래 전 어머니 등에 업혀 꽃처럼 피어났던 저 발.
그 이후로 일평생 죄를 싣고 다녀야했던 에덴 그 이후로의 족적.
3
깜박임도 없이 켜지는 빨간 신호등의 의미는 단호하다.
상주에서 보은으로 가는 34번 국도변에
검정 하이힐 한 켤레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횡단보도 선에서 조금 비껴
삶의 기억을 담은 채 비틀거리는 발은
우리들의 내일처럼 방향이 모호하다.
운명을 달리 하는 바로 그 순간
이승을 움켜잡았던
꼬일 대로 꼬여진 생의 발바닥
그녀 살아 마지막 체온을 감당했을
신발 속으로 사운거리는 가을 햇살이 차다.
1
엄마의 등에 업혀 곤히 잠든
아가의 맨발이 포대기 밖으로 쏙 빠져 나와 있다.
한번도 자신의 무게를 실어보지 못한 발.
아무 것도 경계할 줄 모르는 태초의 꽃.
아가의 말랑말랑한 발을 보며
언젠가는 저 발이 견디며 가야 하는
땅위의 돌들과 음모와 때로는 돌아서야 하는 사랑과
어느새 두터워진 발바닥의 감각들로
소스라치게 놀라게 될 모멸들을 생각하며
엄마의 등에 업혀 환하게 잠든
아가의 발을 좇아 횡단보도 초록불의 깜박임을 건넌다.
2
장난스럽게 떠돌던 어린 발이 쉴 곳을 찾아 숨어든다.
신설동 로터리 노벨극장 동시상영관,
모르는 발을 따라 슬며시 의자 속으로 몸을 묻는다.
월하의 공동묘지, 한 발 잘려 한 발로만 떠도는 영혼.
내 다리 내놔! 내 다리 내놔!
스크린 밖으로 나를 잡으러 오는 저 맨발의 귀신
한 발로 콩콩거리며 아직도 나를 따라 다닌다.
무서운 세상으로 사정없이 내몰아 친다.
오래 전 어머니 등에 업혀 꽃처럼 피어났던 저 발.
그 이후로 일평생 죄를 싣고 다녀야했던 에덴 그 이후로의 족적.
3
깜박임도 없이 켜지는 빨간 신호등의 의미는 단호하다.
상주에서 보은으로 가는 34번 국도변에
검정 하이힐 한 켤레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횡단보도 선에서 조금 비껴
삶의 기억을 담은 채 비틀거리는 발은
우리들의 내일처럼 방향이 모호하다.
운명을 달리 하는 바로 그 순간
이승을 움켜잡았던
꼬일 대로 꼬여진 생의 발바닥
그녀 살아 마지막 체온을 감당했을
신발 속으로 사운거리는 가을 햇살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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