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어떤 사형수의 작은기도

종이연 2008. 8. 6. 13:36

 

작은 기도/ 김인제(사형수)


 

        제가 밟는 땅과 숨 쉬는 공기에서
        당신의 지혜를 느끼게 하시며
        마음을 아래에 두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등심을 갖게 하소서

        다른 이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하시며
        세상 만물 중 작은 하나임을 가슴깊이 느끼게 하소서.

        삶 속에 고통의 바다를 만날 때
        당신의 고행을 생각하게 하시며
        피하기보다는 순응케 하시어
        스스로 졌던 짐을 스스로 내려놓게 하소서.

        걸음걸이 하나에 수많은 생명이 있음을 알게 하시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내 몸같이 아끼게 하시어
        함부로 가벼이 여기지 않게 하소서

        한마음 거둘 때가 오면
        맑은 정신으로 그 때를 맞게 하시어
        한 순간 낙엽이 떨어지듯 세상에 인연이 다한 날
        선한 눈매 선한 웃음으로
        그곳으로 갈 수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