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도/ 김인제(사형수)
제가 밟는 땅과 숨 쉬는 공기에서
당신의 지혜를 느끼게 하시며
마음을 아래에 두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등심을 갖게 하소서
다른 이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하시며
세상 만물 중 작은 하나임을 가슴깊이 느끼게 하소서.
삶 속에 고통의 바다를 만날 때
당신의 고행을 생각하게 하시며
피하기보다는 순응케 하시어
스스로 졌던 짐을 스스로 내려놓게 하소서.
걸음걸이 하나에 수많은 생명이 있음을 알게 하시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내 몸같이 아끼게 하시어
함부로 가벼이 여기지 않게 하소서
한마음 거둘 때가 오면
맑은 정신으로 그 때를 맞게 하시어
한 순간 낙엽이 떨어지듯 세상에 인연이 다한 날
선한 눈매 선한 웃음으로
그곳으로 갈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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