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내 삶의 예정표는 당신만이 아시니

종이연 2009. 5. 3. 18:39

내 삶의 예정표는 당신만이 아시니
     
    비몽 사몽 깊은 시름 베고 누워
    긴 밤의 터널을 지나
    뻐꾹이 울음 산자락을 끌어 안은
    눈뜨는 부신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참으로 눈물겨운 당신의 은총에 배려이라
    새롭게 태어난 목숨
    새로운 삶을 위해
    당신 재단 앞에 무릎 꾾고
    마음 모아 감사의 기도로 봉헌하오니
    오늘 하루 내 일생으로
    값진 삶 보람있게
    당신께 봉헌되는 하루이게 하소서.
    뜬 구름 흘러 흘러
    어디로 흘러 어디로가 머물찌
    알바 없이 춘풍에 돗단배와 같은 이 몸.
    눈 뜨면 산 중령 같은 험한 삶의 길.
    헉헉 숨막히고 허기져
    때로는 피곤하여 주저 앉고 싶고
    때로는 살맛 잃어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려도
    늘 나와 함께 계시는 당신이 계시기에
    당신 손 부여잡고 다시 힘 얻사오니
    넘어지지 않고 쓸어지지 않는
    당신 뜻 헤아려
    평탄한 길로 이끌어 주소서.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힘이라
    으시대며 뽐내봐도
    하루살이 야광충과도 같은
    한치의 앞도 모르는 우매한 인간
    미루나무 끝 부는 바람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건지
    뜸북 뜸북 뜸부기 울음
    하늘 한 자락 깔고 앉아
    어디로 와 어디로 가는 건지
    내 삶의 예정표는 당신만이 아시나니
    해 아래 사는 모든 날이
    찬란히 눈뜨는 아침 같은 축일이게 하소서.
    고창학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