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부엌 기도

종이연 2019. 7. 29. 22:01

부엌 기도


주전자와 냄비의 주님

저는 굉장한 일을 하지도 않고

밤늦도록 기도를 하지도 못하고

동터오는 새벽녘에도

당신을 찬미할 틈이 없어요.

밥상을 차리거나 설거지를 하면서도

성인이 될 수 있나요?

저는 마르타의 손과

마리아의 마음을 가졌어요.

구두를 닦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고

마루를 닦으면서

당신이 다니시던 거리를 생각합니다.

차분히 앉아서

당신을 생각할 틈은 없지만

문득문득 스쳐가는 생각들과

마음의 기도를 받아주십시오.

당신께서 이 부엌에 함께하시어

제가 만든 음식으로

가족들이 사랑과 힘을 얻게 해주십시오.

제 모든 근심과 불평을 없애버리고

당신의 평화를 심어주십시오.

사랑이신 주님,

오늘 하루도 당신께 맡겨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