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황인숙
처음엔 그가
앉아 있는 줄 알았다
다시 어린애인 줄 알았다
낡은 담요 속의
주름진 얼굴
아저씨 하필
바람이 쌩쌩이는 골목 어귀에
과자 좌판을 내셨을까
푸른 김 발린 부채과자
설탕 범벅의 원통과자
유리 상자 속에 가득하다
냉기가 하얗게 피어오른
머리 위로
남산순환도로의 푸른 신호종 소리가 달려간다
아저씨는 영하 십육 도의
바람이 쌩쌩이는 골목 어귀에
나지막이 카바이드 붉 밝히시고
영원히 서 계실 것 같다
영원히 그 앞엔
아무도 서성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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