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겨울 포구 / 배진성

종이연 2021. 1. 27. 17:55

겨울 포구

 

배진성

 

 

밤새도록 들쑤신다 바다에
고기잡으러 나간 아버지들과
형들은 다음날도 돌아오지 못하고
기다리던 어머니들은 파도처럼 누워
몸 뒤채이며 앓았다 나는
부레 뜬 꿈으로 흔들리고

 

빈 생선 궤짝들 사이에 부서진 침묵이 쌓여 있고
입덧난 바람이 파도 이랑을 갈아 엎어도
봉해진 소식은 끝내 돌아오지 않고 어둡게

 

뜨겁다, 가슴 뜨겁다 아무리 불을 피워도
몸은 녹지 않고 얼어붙은 쥐고기들이
콤바인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폐선은 기울대로 기울어져 헤어나지 못하고
형님들, 어머니들 그리고 아버지들이
사정없이 떨고 있었다 이 밤
바람 찬 난장에서 지새워야 하는
비릿하게 물씬 거덜난 바닷가 사람들
겨울에 기댄 채 쌓여 있었다 콤바인으로
온 밤을
바닥까지 끌어올려도 꿈같은 꿈은 끌려
올라오지 않고 겨울 포구의 얼어붙은 꿈들만
하염없이 깊어, 하염없이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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