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답장
문정희
젊은날엔
카키색 군복을 입고
양구나 포천 어느 고지에서
불침번을 서던
용감하고 씩씩한 군인 아저씨
여학교 시절, 내가 보낸 위문편지에
가슴만 설레이다가
반백이 된 오늘에야
비로소 답장 하나 보내왔어요.
40여년 동안 윤내어 닦던 군화
날카롭게 갈던 무기로
현해탄이나 압록강 지키지 못하고
한부모를 가진
우리가 우리 가슴 겨냥했던 것
그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해왔어요.
그것이 기막히다고 고백해왔어요.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도 때로는 쉬어야 합니다/이준호 (0) | 2021.08.02 |
---|---|
맨드라미에게 부침 /권대웅 (0) | 2021.08.01 |
나팔꽃/강기섭 (0) | 2021.07.30 |
늦여름 한낮/김수영 (0) | 2021.07.29 |
그 여름의 끝/이성복 (0) | 2021.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