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그 여름의 끝/이성복

종이연 2021. 7. 28. 20:35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

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

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

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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