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냄새
박종영
어느 하루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려
노오란 빛을 찾아 나서든 날,
길 모퉁이 담벼락을 타고 굴러내리는
굵은 낙엽들이 부둥켜 안고
낡은 허리 비비며 감싸고 있다
맨땅에서도 푸른 날의 그리움을
손잡아주는 동행의 길인 듯,
그 열기 데워지는 냄새로 사방이 달콤하다
마치 사랑채 가마솥 여물 끓이는
장작불처럼 따뜻함은 어떤 연유일까?
가던 길 멈추고 달디단 냄새 흠흠 거리니
뿌듯이 차오르는 이별이 눈가에서 시리다
그대는 아시는가?
이토록 배부른 초겨울의 냄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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