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초겨울의 냄새 /박종영

종이연 2021. 11. 8. 20:49

초겨울의 냄새

 

 

박종영

 

어느 하루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려

노오란 빛을 찾아 나서든 날,

길 모퉁이 담벼락을 타고 굴러내리는

굵은 낙엽들이 부둥켜 안고

낡은 허리 비비며 감싸고 있다

맨땅에서도 푸른 날의 그리움을

손잡아주는 동행의 길인 듯,

그 열기 데워지는 냄새로 사방이 달콤하다

마치 사랑채 가마솥 여물 끓이는

장작불처럼 따뜻함은 어떤 연유일까?

가던 길 멈추고 달디단 냄새 흠흠 거리니

뿌듯이 차오르는 이별이 눈가에서 시리다

그대는 아시는가?

이토록 배부른 초겨울의 냄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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