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
엄영란
숲을 따라 올라갑니다.
나뭇잎 흔들리던 소리가 나무 아래 쉬고 있습니다.
새가 앉았던 자리를 안고 나무는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집을 버린 새들의 집이 텅 비어 있습니다.
허공을 맴돌던 새 한 마리가 허공 속으로 날아갑니다.
발아래 흙들이 스멀거리고 마른 풀잎이 수런거립니다.
바람이 붑니다.
산허리를 감고 문득 길이 꺾어집니다.
그 너머의 나무가 눈을 벗어납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어 가는 나의 밑바닥부터 숨이 차 오릅니다.
흐르는 물에 목을 축입니다.
가시가 무디어지지 않은 망개 넝쿨이
나무와 나무를 얼기설기 감고는 물기가 빠져나간 몸을 버티고 있습니다.
비탈길에서는 몸이 기우뚱거립니다.
썩지 못한 낙엽이 제멋대로 뒹굴다 멈추어 섭니다.
내 안에서 썩다 남은 것들이 소리를 냅니다.
다 내려놓은 것들은 제 자리에서 검어집니다.
나무들을 품고 겨울 산이 어두워집니다.
산 중턱에 걸린 하늘이 허물어집니다.
먼 곳으로부터 환하게 길이 돌아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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