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을 오르며
김주안
눈이 내린 산길을 오른다
아직도 붉은 언어로 남아 있는 팥배나무
벼랑에 서서 가을을 채우던 다람쥐들
엄숙하던 삶들이 때때로
눈속에 갇혀있다
제대로 꼭대기까지 오른 적이 없는 산
오르다 힘들면 바위에 마음을 널어놓고
내가 걸어 온 길의 끝을 생각하며
흰눈을 누더기로 걸친 겨울나무의 삶과
숲을 따라 발자국을 남긴 새들을 궁금해 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랑
겨울 숲을 따라 간 것은 아닐까
저 산모퉁이 돌면
보이지 않는 시간 찾아 갈 수 있을까
바람이 가는 길 물을 수 있을까
오를 수록 깊어지는 산길
질퍽거리는 발자국소리
너에게로 가는 길은 아직도 숨이 차다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지가 바로 저긴데 / 이은상 (0) | 2023.02.16 |
---|---|
겨울 산에서 /이해인 (0) | 2023.02.15 |
겨울 산에서 /류인순 (0) | 2023.02.13 |
겨울 산 /엄영란 (0) | 2023.02.12 |
달/ 박목월 (0) | 202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