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선환
햇빛 내리는 소리가 자욱하네요
수풀 밑에까지 빛살이 내려와서 푸르고 밝아요
가지 마디마다 망울을 부풀리고 터트리는 어린 싹들,
눈꺼풀에 쏟아지는 햇살이 부시어 고갯짓도 하네요
갓 핀 싹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속잎을 비벼대는지,
숨어 있는 작은 손들이 얼마나 많은 잎새를 피우는지요
내 내부의 마디마디에서 불꽃이 일어요
몸 안에 닿은 빛이 일순에 발광했어요
환하고 물밑이듯 조용하네요
내가 들어있던 어머니 몸 안이 이랬지요
눈도 귀도 잠겨 있었지만 물이 빠지는 소리
어머니 몸 열리는 소리가 다 들렸어요
내 생명으로 들어오는 빛살이 보였어요
그래요. 빛살 푸른 거기쯤이면 어머님이 계실 듯 싶네요
갓 낳은 누이를 묻고 나서 바람소리만 듣던 어머니
작은 씨앗이거나 흰 풀꽃이거나 내 어릴 적 주린 허리를 꺽던 쑥나물 잎이 되었을 거에요
아니, 뒷뫼 허리에 걸려서 바람꽃이 되었거나
누이의 눈 맑은 영혼을 키우는 정령이 되었겠지요
가지들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어요
햇살이 겹으로 그물 친 하늘에 한낮에도 별들이 떠있네요
별밭에서도 잎 피는 소리 들려요
숲은 어디나 빛찬 눈짓들을 숨겨두고 있지요
은밀해요 예감한 이들은 수림 아래로 내려가서 빛의 맥을 캐고 있어요
더 깊이 내장內藏한 누이의 혼백에는 푸르고 질긴 햇살이 감겨있을 거에요
어머니 아랫몸에 맑은 피가 고이고 있어요
이런 날에 어머니는 몸을 열어요
보세요 기다리기 한참인데 저만치 풀섶에서 치맛말을 추스르시며
어머니는
진달래 꽃 환한 꽃 그루로 일어서시네요
깊고 은밀한 곳이 비쳐 보이는 부끄러운 한낮이에요
햇빛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