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4월은 갈아엎는 달 /신동엽

종이연 2023. 4. 29. 17:28

4월은 갈아엎는 달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넣고 있을

아, 죄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심저心底,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船岸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조병화  (0) 2023.05.01
4월이 가면 /손정봉  (0) 2023.04.30
4월의 꽃 / 신달자  (0) 2023.04.28
4월의 풀 /천양희  (0) 2023.04.27
4월 엽서 /정일근  (0)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