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4월이 가면 /손정봉

종이연 2023. 4. 30. 20:35

4월이 가면

 

손정봉

 

4월이 가면

나의 봄도 함께 가야지

 

미풍은 귓가에서 멀어지고

진달래 향기는 초록에 스러지다

 

아!

4월의 마지막

땅거미도 없는 그 끝자락에

찬란하게 떠나는 너를 위해

웃음꽃으로 주단을 깔아 주리라

길게 늘어진 당신의 그림자에

행운의 머리핀 하나

꽂아 주리라

 

4월이 가면

남은 계절은 걸어서 가자

저 황량한 여름을

맨발로 걸어서 또 걸어서

내 지친 삶의 발바닥에

굳은살은 더욱 더 단단해지고

좀 더 성숙해진 나는

가난한 자의 여유로움으로 살아가리라

 

4월이 가면

나의 상념은 잠시 오수를 즐기고

층층나무를 무심히 오르내리는 개미들에게

나의 봄을 눈물로 보내지 않은 이유를

천천히 이야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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