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끝에 막 돋은 연둣빛 새순 하나
장욱관
언젠가 말했지, 우리는 모두 별의 자식이라고 늙은
별이 죽으면서 남기고 간 목숨이라고 그래서 우리 뇌
수에는 일천억 개 은하의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거라
별과 별의 실타래가 얽혀 생겨나는
말랑말랑한 말들
애기똥풀꽃 먹는 여우와
바다를 건너가는 코끼리가 있고
옹알옹알 뜻을 얻지 못한 말들
네 잎에서 흘러나오는 어린 별들은
모두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래, 네가 잠들 때마다 읽어주던 책 그 속의 맷돌이
아직도 돌아가고 있어서 눈부신 소금이 이토록 쏟아지는 거라
그 힘으로 또한 물고기는 숫새벽마다 노란 감꽃을 물고 오는 것이겠지
그 꽃이 다시 하늘에 올라 별이 되고
네 몸은 날마다 환하게 찰랑거리게 되는 거라 그렇지 않겠니
우리집 샘물이 차가워지는 것은
아직 잠들지 않은 별이 있다는 거지
아, 네 손끝에 막 연둣빛 새순 하나가 돋아났구나
캄캄한 하늘에 별똥별이 지고 있구나,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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