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네 손끝에 막 돋은 연둣빛 새순 하나 /장욱관

종이연 2023. 6. 29. 20:22

네 손끝에 막 돋은 연둣빛 새순 하나

 

장욱관

 

 

언젠가 말했지, 우리는 모두 별의 자식이라고 늙은

별이 죽으면서 남기고 간 목숨이라고 그래서 우리 뇌

수에는 일천억 개 은하의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거라

 

별과 별의 실타래가 얽혀 생겨나는

말랑말랑한 말들

애기똥풀꽃 먹는 여우와

바다를 건너가는 코끼리가 있고

 

옹알옹알 뜻을 얻지 못한 말들

네 잎에서 흘러나오는 어린 별들은

모두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래, 네가 잠들 때마다 읽어주던 책 그 속의 맷돌이

아직도 돌아가고 있어서 눈부신 소금이 이토록 쏟아지는 거라

그 힘으로 또한 물고기는 숫새벽마다 노란 감꽃을 물고 오는 것이겠지

그 꽃이 다시 하늘에 올라 별이 되고

네 몸은 날마다 환하게 찰랑거리게 되는 거라 그렇지 않겠니

우리집 샘물이 차가워지는 것은

아직 잠들지 않은 별이 있다는 거지

 

아, 네 손끝에 막 연둣빛 새순 하나가 돋아났구나

캄캄한 하늘에 별똥별이 지고 있구나,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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