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정명화
코스모스 꽃잎에
고추잠자리 기웃거리고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에
그대의 계절이 오고 있어요
앞마당에 곱게 핀
백일홍이 호랑나비 초대하고
맨드라미꽃은 그대 마음 훔쳐
붉게 물들어 가고 있어요
귀뚜라미 노랫소리 듣고 싶어
도자기 항아리 준비해 놓고
지붕 위에 실하게 영글어 가는 박
가을을 기다리고 있나 봐
찬란한 여름도 가을 앞에서
힘없이 떠나갈 채비하고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나는
가을을 채우려 부지런히 비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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