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밀림 도서관 / 최준

종이연 2024. 9. 28. 18:32

밀림 도서관

 

최준

 

 

추장이 죽었다 9월

새들의 비망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먹구름을 끌고

마지막 벌크선이 사라진 행간으로 비가 내렸다

눈 먼 나무들이 나이테를 배회하는 동안

추장의 빈소, 도서관 가는 길은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아서 지워져 버렸나

천둥과 번개의 두근거림만으로도

슬픔은 한이 없었다

너무 긴 우기였다고, 헐거워진 창틀마다

이마에 화살 맞은 원숭이들이

바나나 잎 가면을 쓰고 앉아 책장을 넘겼다

문 잠긴 장서고는 꼬리처럼 어두웠다

반년에 걸친 추장의 장례식이 끝난 건

 

새들의 비망록 속 비밀지도가 날개를 잃고

멍청한 얼굴로 도보여행을 시작한 3월이었다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려는

공공연한 도벌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추장의 죽음은 발설되어서는 안 될

영원한 비밀

결코 회자되지 못할 새들의 비망록도

추장이 죽었다,로

끝나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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