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바닷가 풍경/한혜영

종이연 2008. 2. 12. 10:05
바닷가 풍경/한혜영



해변을 따라 전량 4호차인 미니기관차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가장의 꼬리를 물고 아내가, 아내의 꼬리를 물고 계집아이가, 계집아이의 꼬리를 물고 사내
아이가 헉헉! 학학! 삐뚤빼뚤 달려오고 있습니다. 전생서부터 따라온 듯한 강아지 한 마리,
그 기차 놓치면 다음 생으로 가지 못해 낭패를 당하기라도 할 것처럼 뛰다 서고, 뛰다가 또
서서 혓바닥 길게 뽑고는 학학거립니다.

나는 석양을 배경으로 앉아
저 미니기관차가 머잖아 당도할 후생의 역 이름으로 무엇이 어울릴까를 골똘하게 생각하느라
등짝에 빨갛게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현대시학] 08년 1월호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통사람 / 김남조  (0) 2008.02.13
겨울바람 / 서정윤  (0) 2008.02.12
겸손한 마음  (0) 2008.02.12
걸음마 걸음마/이덕규  (0) 2008.02.10
눌변(訥辯) / 성선경  (0) 200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