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스도
김남조
오늘은
눈 덮인 산야(山野)를 거닐으시네
눈같이 흰 옷 입으시고
눈보다 더욱 흰
맨발이시네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강줄기도 얼어
광막한
수정의 빙판
바늘 꽂히는
한기(寒氣)의
그 위를 거닐으시네
희디 흰
맨발이시네
울고 싶어라
머리칼도 곤두서는
율연한 추위에
뭍과 바다의
모든 깊은 곳으로부터
보혈(寶血)을 섞어 빚은
새봄의 혈액을
한없이 한없이
자아 올리시는
설일(雪日)의 주님
<빛과 고요, 서문당,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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