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한영애의 [봄날은 간다] / 권경업
-풀꽃이라 불리는 흰제비꽃을 위해
풀꽃 하나도 못 견디어
떠나버린 마른 가슴
깡술 쏟아 붓는다 해서
꽃이 피겠습니까마는
한 열흘 밤낮 술만 퍼부었습니다.
서해로 설악으로 떠돌며
남도(南道) 어디, 혹
다른 꽃 소식이라도 접하면 나을까 싶어
잔설(殘雪) 사이로 넘은 노고단
천은사 노오란 산수유도
내게는 부황 든 듯했고
풀린 강물 반짝이는 섬진강변
다압 마을 골짜기 가득한 매화도
한겨울 찬 눈(雪) 같았습니다.
부질없는 줄 알지만
내 안에 꽃 필 때 까지가 아니고
저 매화 다 질 때 까지만 이라도
절망 같은 술로 견뎌보려 합니다.
벌써, 꽃 진 자리 향기 남기는
청매화 흰 꽃잎 하나둘, 저녁 어스름의
내 등 뒤로 스러지고 있습니다.
시집 : 사랑이라 말해보지 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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