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봄을 캐는 사람들 / 정해철

종이연 2022. 4. 6. 20:23

봄을 캐는 사람들 

 

정해철


유난스리 변덕스런 날씨 탓에
새순대신 눈꽃이 피고
거리에는 아직 종종 걸음 치는
봄이 잠을 잔다.

실개천 둑방 옆
말라버린 잔디 사이로
게으런 봄이
지난겨울
파종해 두었던

쑥이며
냉이며
달래를
흩뿌리고 지나간다.

삼삼오오
머리엔 수건으로 챙을 만들고
한손엔 소쿠리를
다른 손엔 칼을 잡고

더디 오는 봄이 아쉬운 듯
몇 시간째 허리 한번 펴지 않고
봄을 캐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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