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심호택
까막까치 대가리뿐 아니라
개 잔등이 소 엉덩이도 벗어지게 생긴 날
때 넘겨 돌아와
찬물에 밥 말아 먹고
마룻장 짊어지면 살 것 같지요
쉬파리 똥파리와 싸우며
소르르 낮잠 한소금 꿀맛이지만
가시를 머금은 듯 잠결에도
더운 들에 엎드린 식구들 생각
가여워라 가여워라 매미들 울지요
잘잤다 눈 비비고 일어나면
미루나무 그림자 늘어난 텃밭에
가을 온다 가을 온다
싸움터 하늘 비행기처럼
고추잠자리 어지러이 떠다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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