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2월의 칠곡 /홍문숙

종이연 2024. 2. 12. 21:22

2월의 칠곡

 

홍문숙

 

얼음들은 이곳으로 몰려와

평면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제 안 한켠에

겨울 철새들 몇 담아놓고서

침묵의 날들을 모아 들인다

얼지 못하는 것은

어떠한 계절도 빠질 수 없다는 각오,

 

봉합하지 못한

미세한 입자의 경계를 허물기라도 하듯

한낮의 태양이 기웃거리는 동안에도

빙하기의 날짜들

저수지 밖 4월의 꽃들을 줄다리기 한다

꽃들의 전쟁이 결빙과 해빙 사이

미세한 경계 속으로 몰려드는 오후2시,

 

2월의 저수지는 꽃내음들의 국경지대다

화석이 된 계절들의 간이역이다

낯면을 숨기며 들른

초면의 향기들이 빙하기의 유물들처럼

서로의 행방을 얼음과 물이 되어 수소문 하느라

다투거나 부동의 대립 속에서 물오리 몇 마리 받아내며

둑이 있는 저 아래서부터 새로운 계절이 유입되고

또 한켠 물들은

시간의 둑들을 겹겹이 쌓아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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