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의 우포늪
박재희
우포늪은 보이는 것만의 늪이 아니다
어둠 저 밑바닥
시간의 지층을 거슬러 내려가면
중생대 공룡의 고향이 있다
원시의 활활 타오르던 박동이
시린 발끝에 닿기까지 일억 사천 만년
무수한 공룡발자국이
쿵쿵 가슴으로 밀쳐 들어온다
억겁을 버틴 가슴 벅찬 것들
나는 어느 백악기의 밀림을 걷고 있는 것일까
화석 속에 갇혔던 공룡이
어둠의 사슬을 풀면
왕버들 숲 어디쯤
나도 먼 중생대를 꿈꾸는 한 마리 공룡일까
감았던 눈을 뜨며
한 순간 전율했던 백악기를 빠져 나오자
물 속에 녹은 풀의 뼈마디와
각시붕어의 비린 향기가
물살 간질이며 깨어나고 있었다
늪, 어딘가에 있을 세월의 우체국
그 우체국에 부칠 사연을
이월의 찬 바람이 쓰고 있는가
오랜 역사의 능선에
한점 불 밝히는
빙하기에 잠긴 공룡발자국 같은
흔적 두어 개
진흙 뻘 위에 불 켜고 있는가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 /임영조 (0) | 2024.02.15 |
---|---|
이월 /나병춘 (0) | 2024.02.14 |
2월의 칠곡 /홍문숙 (1) | 2024.02.12 |
이월 /도종환 (0) | 2024.02.11 |
설날 가는 고향길/오광수 (0) | 2024.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