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아침들
장석주
네가 웃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비둘기가 날 거야.
비둘기들은 웃음의 힘으로
허공을 나니까.
네가 웃지 않는다면
비둘기들은 땅으로 떨어질 거야.
골목길은 침울해지고
건널목은 몹시 상심할 거야.
누군가 웃음을 잃었다면
그건 한 계절이 끝났다는 신호야.
어제 저녁,
돌연 여름은 끝나버렸지.
슬픔들이 제 부력으로 웃음들을
흰구름만큼 높이 떠올린다는 걸
나는 알았어.
뱀들이 물푸레나무 아래서 젖은 몸을 말리지.
아침 7시에는 농담 같은
뉴스들이 흘러나오고
치매에 걸린 늙은 어머니의 손가락들이 길어질 때
갑자기 비둘기 떼가 한 방향으로 날아갔어.
이 구월의 아침들 어딘가에
네가 웃고 있다는 걸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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