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어느 하루
김경철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뜀박질을 한 아침
턱까지 오르는
숨을 참으며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니
웅성거리며 떠들던
사람들의 음성은
어디로 갔는지
혼자 있는 듯
쓸쓸함이 감돈다
간혹
감기에 걸린 듯
입을 막은 채
재채기와 함께 콜록콜록하며
정적을 잠시 깨트릴 뿐
시간이 멈춘 듯
마스크로 입을 가린 사람들
의자에 앉아
핸드폰과
무언의 대화에 푹 빠진다
조용하기도 하고
전날 먹은 취기마저 오르는지
무거워진 눈꺼풀이 스르르 잠기며
꾸벅꾸벅 인사를 하다
목적지인 전철역을 지나쳤는지
갑자기 눈이 떠지고
후다닥 뛰쳐나온 승강장에서
잠시 미소를 지었다
전철역을 나와
가을바람이 부는
9월의 어느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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